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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 현 주 도 -
600만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1960년 5월 11일 이스라엘 비밀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15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자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준수했을 뿐이라고 한다.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이다.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명령받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다”고 하였다. 그가 받은 명령은 “수백만명의 남녀와 아이들을 상당한 열정과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죽음으로 보내는 일”이다. 아이히만은 결국 사형을 받는다. 독일에서는 아이히만의 인도를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75)는 아이히만의 범죄에 대해서 이렇게 결론한다.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순전한 무사유(無思惟, oughtlessness)였다...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391p). 그녀는 세가지의 무능성을 언급한다.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이다. 판단 능력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능력으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아이히만은 이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말하는 능력은 사유 능력과 연관성이 있다. 말의 역할은 실재(the reality), 즉 현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나치는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언어 규칙을 만들었다. ‘학살’이나 ‘유대인 이송’ 같은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우회적 표현법을 사용하였다. ‘학살’을 ‘최종 해결책’, ‘완전 소개’, ‘특별 취급’으로, 유대인의 이송작업을 ‘재정착’, ‘동부지역 노동’ 등으로 불렀다. 이들은‘비밀을 가진 자’로 불렸고 그들은 일상의 업무 수행과정속에서 자신들 간의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하였다. 그 효과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살상과 거짓말에 대해 정상적인 지식과 동일시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상투어들은 현실에 대한 도덕적 감각을 마비 시키는 것이었고 심지어 죽음의 힘조차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말은 현실의 힘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렌트는 그뤼버 감독에게 아이히만에게 말을 했어야 했다고 한다. 말의 유용성은 말이 현실을 알게 하여 사람에게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목사는 영향력있는 존재로 그 영향력은 전적으로 말에서 나온다. 말이 전해지고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은 곧 받아들여지기 위한 첫 단계이다. 그리고 수용할 것인가는 사람들에게서 회자 될 때 이루어 진다.
무사유는 악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분명한 것은 자의든 타의든 사회적 합의든 무사유적인 삶을 산다. 본서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유하는 삶은 곧 지쳐 버릴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사유는 당연함이 되고 있다. 이처럼 무사유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라면 악 또한 모든 인간들에게 보편적으로 내재 되어있다. 이것이 악의 평범함이다.
성경은 무지한 것도 죄가 된다고 한다(딤전 1:13; 행 3:17). 그래서 알기를 힘쓰라고 한다.
아이히만의 경우처럼 무사유적인 행동은 책임질 수 없는 큰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 작금의 정치, 사회의 상황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생각 없이 추종하기(사람이든 이념이든)가 도를 넘어섰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사고(思考)해야 된다. 사고하지 않았기에 아담은 죄를 짓게 되었다. 사고 할 수 있는 것은 행위 할 수 있는 것이고 도덕적인 수행의 능력이 있는 것이다.
아이히만은 타자의 관점에서 사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책임의 윤리를 실천할 수 없었다(41p). ‘나는 인류 구성원의 하나’라는 사고의 필요성을 가져야 한다. 내 안의 아이히만 즉 악의 평범함을 경계하기 위해서이다.
2023. 12. 1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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